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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 — 이 주식은 비싼가 싼가

1-6. 시가총액·주가·거래량 읽는 법을 닫으면서 이렇게 넘겨뒀어요. "이 숫자들로 회사 크기와 관심도는 가늠할 수 있지만, 지금 주가가 그 회사 실적에 비해 비싼지 싼지는 5-2에서 다루는 가치평가의 영역"이라고요.

그 질문을 받으러 왔는데, 시작하기 전에 기대치를 하나 맞추고 갈게요. 이 글은 "비싸다" 또는 "싸다"로 답해주지 않아요. 그런 답을 내주는 숫자는 세상에 없거든요. 대신 이 글이 하는 일은 그 질문을 답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주는 것이에요. 그 도구가 PER이에요.

핵심 답변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에요.

PER = 주가 ÷ 주당순이익(EPS)

정식 이름은 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s Ratio)이에요. 읽는 법은 이래요.

지금 이 가격은, 이 회사가 1년에 버는 돈의 몇 배인가

PER이 20배라면 "이 회사가 1년에 버는 돈의 20배 가격이 붙어 있다"는 뜻이에요. 뒤집어 읽으면 **"지금 가격에 사서 회사가 지금처럼 계속 번다면, 회사가 그 값어치만큼 벌어들이는 데 20년이 걸린다"**로도 읽혀요.

다만 이 뒤집기에는 단서가 붙어요. 회사가 번 돈이 전부 내 손에 들어오는 건 아니에요. 1-1에서 봤듯 배당은 회사가 쌓아온 이익 가운데 일부만 나오는 거니까요. 그래서 "20년이면 원금을 회수한다"는 문자 그대로의 뜻이 아니라, 가격의 크기를 이익의 크기로 재본 감각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맞아요.

어떻게 계산하나

먼저 분모인 EPS(주당순이익)부터요. 회사가 1년에 번 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값이에요. 주식 1주가 1년에 얼마를 벌어들였나를 뜻해요.

EPS = 당기순이익 ÷ 주식 수

그런데 재미있는 게 있어요. PER은 이렇게 계산해도 똑같은 값이 나와요.

PER = 시가총액 ÷ 당기순이익

당연한 결과예요. 1-6에서 시가총액은 주가 × 발행주식수라고 했죠. 그러니 분자와 분모에 똑같이 주식 수를 곱한 것이고, 약분하면 원래 식으로 돌아와요.

두 번째 식이 훨씬 직관적이에요.

이 회사를 통째로 사는 값 ÷ 이 회사가 1년에 버는 돈

주가는 회사를 몇 조각으로 쪼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숫자라 그 자체로는 비교 기준이 못 돼요(1-6). 그런데 회사 전체 값과 회사 전체 이익으로 계산하면 쪼갠 개수가 사라져요. 그래서 PER은 주가가 5,000원인 회사와 50만원인 회사를 나란히 놓고 볼 수 있게 해줘요. 이게 PER이 하는 진짜 일이에요.

분모인 순이익이 어디서 나오는 숫자인지는 5-4. 손익계산서 읽기에서 볼게요. 미리 한 줄만 하면, 손익계산서 맨 아래에 있는 값이에요.

"몇 배면 싼 건가"라는 질문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PER을 배우면 곧바로 "그래서 몇 배 이하면 싼 건데?"라고 묻게 되는데, 그 질문에는 답이 없어요. 이유가 세 가지예요.

첫째, 업종이 다르면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요.

은행이나 자동차처럼 오래된 산업의 회사들은 PER이 낮은 쪽에, 반도체·바이오처럼 앞으로 크게 클 거라 기대되는 산업은 높은 쪽에 형성되는 경향이 있어요. 이건 어느 쪽이 싸거나 비싸서가 아니라 산업의 성격이 달라서 그래요. 성장 속도도, 필요한 공장과 설비도, 이익이 얼마나 들쭉날쭉한지도 다르니까요.

그래서 PER은 절대적인 기준선이 아니라 비교로만 쓰는 숫자예요.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와, 또는 그 회사 자신의 과거와 비교할 때 의미가 생겨요.

둘째, PER이 낮은 건 싸서가 아니라 기대가 낮아서인 경우가 많아요.

PER의 분자는 주가이고, 주가는 1-1에서 확정했듯 사겠다는 사람과 팔겠다는 사람 사이에서 정해지는 가격이에요. 시장이 "이 회사 이익이 앞으로 줄겠다"고 보면 사겠다는 사람이 줄어 주가가 내려가고, 분모인 작년 이익은 그대로니까 PER이 낮아져요.

즉 낮은 PER은 **"싸게 방치돼 있다"**일 수도 있지만 **"시장이 이미 나빠질 걸 알고 있다"**일 수도 있어요. 겉으로는 똑같이 낮은 숫자로 보이고요. 이 함정은 5-6. 가치평가의 한계에서 정면으로 다뤄요.

셋째, PER이 높은 게 비싼 것도 아니에요.

반대도 마찬가지예요. 앞으로 이익이 크게 늘 거라는 기대가 얹히면 주가가 먼저 올라가고, 분모인 지금 이익은 아직 작으니 PER이 높게 나와요. 1-1에서 "주가에는 기대가 얹혀 있다"고 한 게 바로 여기서 눈에 보이는 형태로 드러나는 거예요.

물론 그 기대가 빗나가면 주가는 내려와요. 높은 PER은 **"기대가 많이 얹혀 있으니 그 기대가 맞는지가 중요하다"**는 신호이지, 그 자체로 비싸다는 판정이 아니에요.

그래서 이 글은 숫자 기준선을 하나도 드리지 않아요. "PER 10배 이하면 저평가" 같은 문장을 어디선가 보게 될 텐데, 그 문장이 어느 업종·어느 시기를 전제로 한 건지 확인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말이에요.

같은 회사인데 사이트마다 PER이 다른 이유

같은 회사를 여러 곳에서 찾아보면 PER이 제각각인 경험을 하게 돼요. 셋 중 하나가 원인이에요.

갈리는 지점어떻게 다른가
분모가 과거냐 미래냐이미 발표된 실적으로 계산하면 후행(트레일링) PER, 증권사 추정 실적으로 계산하면 선행(포워드) PER
어느 재무제표냐자회사를 합친 연결 기준과 그 회사만 본 별도 기준의 순이익이 다름
누구 몫을 세느냐연결 실적 중 지배주주 몫만 쓰는지, 전체를 쓰는지

5-1에서 본 연결·별도 구분이 여기서 실제로 값을 갈라놓는 거예요. 참고로 한국거래소는 연결재무제표 기준(자회사가 없으면 개별)으로, 가장 최근 분기보고서 실적을 반영해 산출해요 (2026년 8월 기준).

어느 쪽이 맞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후행 PER은 확정된 숫자라 믿을 만하지만 이미 지나간 이야기이고, 선행 PER은 앞을 보지만 추정치라 틀릴 수 있거든요. 실무적으로 지킬 원칙은 하나예요.

두 회사를 비교할 때는 같은 기준으로 계산된 값끼리 비교하세요.

갑 회사는 선행 PER, 을 회사는 후행 PER로 놓고 비교하면 그 비교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PER이 아예 못 보는 것

PER은 회사를 한 각도에서만 비춰요. 안 보이는 곳이 넷 있어요.

적자면 계산이 안 나와요. 분모인 순이익이 마이너스면 PER은 음수가 되는데, 음수 PER은 해석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한국거래소도 지표가 음수면 **"산출불가"**로 표시해요. 적자 회사나 아직 이익을 못 내는 회사는 PER로는 아예 볼 수가 없어요. 이럴 때 버는 돈 대신 갖고 있는 재산으로 보는 방법5-3. PBR과 ROE예요.

일회성 이익이 섞이면 왜곡돼요. 회사가 갖고 있던 땅이나 건물을 팔아 큰 이익이 났다면 그해 순이익은 확 뛰어요. 분모가 커지니 PER은 뚝 떨어지고, 화면상으로는 갑자기 싸 보여요. 하지만 그건 다시 일어날 일이 아니죠. 이 구분은 5-4. 손익계산서 읽기에서 다뤄요.

빚이 얼마인지 안 보여요. PER에는 부채가 등장하지 않아요. 같은 이익을 내는 두 회사여도 하나는 빚이 없고 하나는 빚에 눌려 있을 수 있는데, PER만으로는 구분이 안 돼요. 그건 5-5.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의 몫이에요.

계산에 쓰인 숫자가 얼마나 오래된 건지 안 보여요. 5-1에서 봤듯 회사 실적은 1년에 네 번만 갱신돼요. 그사이에 주가는 계속 움직이니, PER의 분자는 실시간이고 분모는 몇 달 전 것이에요.

예시로 이해하기 — 주가가 3배 비싼데 PER은 절반

가상의 두 회사를 놓고 계산해볼게요. 모두 가정한 숫자예요.

A전자B식품
주가60,000원20,000원
발행주식수1,000만주1,000만주
당기순이익300억원50억원

A전자부터 계산해볼게요.

  • 시가총액 = 60,000원 × 1,000만주 = 6,000억원
  • EPS = 300억원 ÷ 1,000만주 = 3,000원
  • PER = 60,000원 ÷ 3,000원 = 20배
  • 다른 식으로도 확인 — 6,000억원 ÷ 300억원 = 20배로 같아요

B식품이에요.

  • 시가총액 = 20,000원 × 1,000만주 = 2,000억원
  • EPS = 50억원 ÷ 1,000만주 = 500원
  • PER = 20,000원 ÷ 500원 = 40배
  • 다른 식으로도 확인 — 2,000억원 ÷ 50억원 = 40배로 같아요

결과가 흥미롭죠. 주가는 A전자가 3배 비싼데, PER은 A전자가 절반이에요.

이게 1-6에서 말한 **"주가 숫자 자체는 비교 기준이 아니다"**가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난 거예요. 6만원짜리가 2만원짜리보다 비싼 게 아니에요. 회사를 몇 조각으로 쪼갰는지가 다를 뿐이고, 버는 돈에 견줘 보면 순서가 뒤집힐 수 있어요.

그래서 A전자가 싼가요? 이 글은 여기서 멈춰야 해요.

두 회사는 업종이 달라요. 하나는 전자, 하나는 식품이에요. 위에서 봤듯 산업이 다르면 PER 수준 자체가 다르게 형성되기 때문에, 이 20배와 40배를 나란히 놓고 "A가 싸다"고 결론 내리는 건 키와 몸무게를 비교하는 것과 비슷해요.

이 비교가 의미를 가지려면 최소한 이런 조건이 필요해요.

  • 같은 업종의 회사끼리 비교하거나
  • 같은 회사의 과거 PER과 비교하거나
  • 두 회사의 이익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를 함께 보거나

마지막 항목이 핵심이에요. B식품의 PER이 높은 게 이익이 앞으로 크게 늘 거라는 기대 때문이라면, 그 기대가 맞는지가 진짜 질문이에요. 그리고 그 질문에 PER은 답하지 못해요.

한 줄 정리

PER은 주가 ÷ 주당순이익이고, 시가총액 ÷ 당기순이익으로 계산해도 같은 값이에요. 읽는 법은 "지금 이 가격이 이 회사가 1년에 버는 돈의 몇 배인가"이고, 덕분에 주가 숫자가 크게 다른 회사들을 나란히 놓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PER은 적정 주가를 알려주지 않아요. 1-1에서 확정한 대로 주가는 회사 가치를 주식 수로 나눈 값이 아니라 기대가 얹혀 정해지는 가격이고, PER은 그 가격을 회사 이익으로 나눠본 비율일 뿐이에요. 그러니 "몇 배면 싸다"가 아니라 **"왜 이 배수가 붙어 있을까"**를 묻는 도구로 쓰세요.


이 글은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되는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뿐, 특정 종목이나 상품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아요. 제도와 세금은 바뀔 수 있으니 실제 투자 전에는 최신 내용을 다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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