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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과 ROE — 자산과 수익성으로 보는 기업
5-2. PER을 닫으면서 한계 하나를 남겨뒀어요. 적자인 회사는 PER 계산 자체가 안 나온다는 것이었죠. 분모인 순이익이 마이너스면 배수가 성립하지 않으니까요.
버는 돈으로 볼 수 없다면 갖고 있는 재산으로 보면 돼요. 그게 이 글의 첫 번째 지표인 PBR이에요. 그리고 재산만 보면 반쪽이라, 그 재산으로 얼마나 잘 버는지를 보는 ROE를 반드시 함께 봐야 해요. 두 지표를 한 챕터에 묶은 이유가 그거예요.
핵심 답변
PBR은 재산 대비 가격이고, ROE는 그 재산의 수익성이에요.
PBR = 주가 ÷ 주당순자산(BPS)
ROE = 당기순이익 ÷ 자기자본 × 100 (%)
한 문장씩 풀면 이래요.
- PBR(주가순자산비율) — 이 회사가 가진 재산에 견줘 지금 가격이 몇 배인가
- ROE(자기자본이익률) — 주주 몫의 돈으로 1년에 몇 %를 벌어들였나
둘은 짝이에요. PBR만 보면 "재산에 비해 싸 보이는데 왜 아무도 안 사지?"라는 의문에 답할 수 없고, ROE만 보면 "잘 버는 건 알겠는데 지금 가격이 그걸 이미 반영했나?"에 답할 수 없어요. 이 글의 후반부는 이 둘을 어떻게 붙여 읽는지에 대한 거예요.
PBR — 재산에 비해 얼마인가
먼저 순자산이 뭔지부터요. 회사가 가진 것에서 남에게 갚을 것을 뺀 나머지예요.
순자산 = 자산 − 부채 = 자본총계
세 이름이 같은 것을 가리켜요. 재무제표에는 자본총계로 적혀 있고, 자기자본이라고도 불러요. 이 글에서는 상황에 따라 섞어 쓰지만 전부 같은 값이에요. (5-5.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에서 자산 = 부채 + 자본 구조를 그림으로 볼 거예요.)
이걸 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순자산(BPS)이 나와요.
BPS = 자본총계 ÷ 주식 수
그리고 주가를 BPS로 나눈 게 PBR이에요. 5-2의 PER과 마찬가지로 시가총액 ÷ 자본총계로 계산해도 같은 값이 나와요. 분자·분모에 주식 수가 똑같이 곱해져 약분되거든요.
이름이 비슷한 것과 헷갈리지 마세요. 4-1에서 본 ETF의 순자산가치(NAV)는 바구니 안 자산을 지금 시세로 평가한 뒤 운용보수 같은 비용을 빼고 주식 수로 나눈 값이에요. 여기 주당순자산(BPS)은 회사가 장부에 적어둔 자산에서 빚을 빼고 주식 수로 나눈 값이고요.
둘 다 "빼고 나눈다"는 점은 같아요. 다른 건 무엇으로 재느냐예요 — NAV는 지금 시세로, BPS는 장부에 적힌 값으로 재요. 그리고 이 차이가 바로 다음에 이야기할 오해로 이어져요.
그리고 짚고 갈 오해가 하나 있어요. PBR 1배가 "청산가치"는 아니에요.
"PBR이 1배 밑이면 회사를 지금 해체해서 나눠 가져도 주가보다 많이 받는다"는 설명을 자주 보게 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안 돼요.
- 장부에 적힌 값과 실제로 팔았을 때 받는 값이 달라요. 공장이나 기계는 산 가격을 기준으로 적혀 있는데, 급하게 내놓으면 그보다 훨씬 싸게 팔려요
- 재고나 받을 돈 중에는 실제로 회수 안 되는 것도 있어요
- 회사를 정리하면 빚부터 갚아야 해요. 주주는 맨 마지막이에요
그래서 PBR은 "회사가 장부상 갖고 있다고 적어둔 값에 비해 시장이 얼마를 매기고 있나" 정도로 읽는 게 정확해요. 바닥을 보장하는 숫자가 아니에요.
ROE — 그 재산으로 얼마나 잘 버나
ROE는 주주 몫의 돈이 1년에 얼마를 벌어왔는지를 보여줘요. 자본총계 1,000억원인 회사가 순이익 100억원을 냈다면 ROE는 10%예요.
계산 시점에 대해 한 가지만 알아두면 좋아요. 분모인 자기자본은 기말 값을 쓰기도 하고 기초와 기말의 평균을 쓰기도 해요. 그래서 같은 회사여도 출처에 따라 ROE가 조금씩 달라요. 5-2에서 본 "사이트마다 PER이 다른 이유"와 같은 종류의 문제예요.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함정이 있어요. ROE는 빚을 늘리면 저절로 올라가요.
왜 그런지 숫자로 보면 바로 보여요. 자본 1,000억원으로 순이익 100억원을 내던 회사가 있다고 해볼게요. ROE는 10%죠.
이 회사가 자기 돈 500억원을 주주에게 나눠주고 그만큼을 빌려서 채웠다고 가정해볼게요. 회사가 굴리는 자산 규모는 그대로예요. 이익도 그대로 100억원이라고 치면(이자 비용은 잠시 없다고 가정할게요) —
- 자본총계 500억원, 순이익 100억원
- ROE = 100 ÷ 500 = 20%
아무것도 더 잘한 게 없는데 ROE가 두 배가 됐어요. 분모만 줄었거든요.
이게 ROE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회사가 아닌 이유예요. 잘 벌어서 높은 건지, 빚을 많이 져서 자기 돈 비중이 작아 높은 건지 구분이 안 돼요. 그리고 빚을 많이 진 회사는 벌이가 나빠졌을 때 훨씬 위태로워져요. 이익은 줄어도 이자는 그대로거든요.
그래서 ROE는 5-5. 부채비율과 유동비율과 반드시 함께 봐야 해요. ROE가 높은데 부채비율도 높다면, 그 높은 ROE의 상당 부분이 빚에서 나온 것일 수 있어요.
둘을 같이 봐야 하는 이유
여기가 이 글의 중심이에요. 세 지표는 사실 하나로 연결돼 있어요.
PBR = PER × ROE
우연이 아니라 정의상 그래요. 풀어보면 이렇게 돼요.
- PER = 주가 ÷ 주당순이익
- ROE = 주당순이익 ÷ 주당순자산 (여기서는 %가 아니라 소수로 봐요)
이 둘을 곱하면 주당순이익이 약분되고 주가 ÷ 주당순자산, 곧 PBR만 남아요. (ROE를 %가 아니라 소수로 넣어야 맞아떨어져요. 10%는 0.1로요. 그리고 세 지표를 같은 시점 숫자로 계산했을 때 정확히 성립해요.)
이 식이 알려주는 게 뭘까요. PBR이 낮다는 건 둘 중 하나라는 뜻이에요.
- PER이 낮거나 — 이익에 비해 가격이 낮게 매겨져 있거나
- ROE가 낮거나 — 재산을 갖고도 잘 못 벌거나
그래서 "PBR이 낮다 = 싸다"는 성립하지 않아요. 재산은 두둑한데 그 재산으로 못 버는 회사라면, PBR이 낮은 게 정상이에요. 시장이 잘못 본 게 아니라 제대로 본 결과일 수 있는 거예요.
거꾸로 ROE가 높은 회사의 PBR이 높은 것도 자연스러워요. 같은 재산으로 더 많이 번다면 그 재산에 더 높은 값이 매겨지는 게 이상하지 않죠.
정리하면 이래요.
| 조합 | 어떻게 읽나 |
|---|---|
| PBR 낮음 + ROE 낮음 | 시장 평가와 회사 실력이 일관돼요. 싼 게 아니라 못 버는 것 |
| PBR 높음 + ROE 높음 | 이것도 일관돼요. 잘 버는 만큼 값이 붙은 것 |
| PBR 낮음 + ROE 높음 | 잘 버는데 값이 안 붙었다는 뜻이라 왜 그런지 물어볼 만해요 |
| PBR 높음 + ROE 낮음 | 못 버는데 값이 높다는 뜻이라 무엇을 기대하는 건지 물어볼 만해요 |
주의할 게 있어요. 세 번째와 네 번째 줄이 "사라"거나 "팔라"는 뜻이 아니에요. 저 두 조합은 질문거리일 뿐이에요. 세 번째는 시장이 아직 모르는 좋은 회사일 수도 있지만 시장이 이미 아는 나쁜 소식이 있을 수도 있고, 네 번째는 앞으로 크게 좋아질 회사일 수도 있어요. 어느 쪽인지는 지표가 아니라 회사를 들여다봐야 알 수 있어요.
업종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5-2에서 PER에 대해 한 얘기가 PBR·ROE에도 그대로 적용돼요. 업종이 다르면 지표 수준 자체가 다르게 형성돼요.
- 공장·설비·선박처럼 무거운 자산이 필요한 업종은 자본총계가 두꺼워요. 분모가 크니 PBR도 ROE도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어요
- 사람과 기술이 주된 자산인 업종은 장부에 잡히는 자산이 적어요. 분모가 작으니 PBR도 ROE도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어요
어느 쪽이 좋은 회사라는 뜻이 전혀 아니에요. 조선소가 소프트웨어 회사보다 못한 게 아니라, 장부라는 자에 재는 방식이 두 업종에서 다르게 작동할 뿐이에요. 큰 공장을 지어야 사업이 되는 회사에게 "자본이 두꺼워서 ROE가 낮다"고 하는 건 사업 자체를 부정하는 얘기가 돼요.
여기에 더해, 회사가 가진 진짜 힘 중에는 장부에 아예 안 적히는 것도 많아요. 브랜드, 기술력, 고객 관계, 직원의 숙련도 같은 것들이요. 직접 사들인 게 아니라 스스로 키운 것은 대체로 자산으로 잡히지 않거든요. 그런 회사는 순자산이 작게 나오니 PBR이 높게 계산되는데, 그게 비싸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래서 이 글도 숫자 기준선을 드리지 않아요. "PBR 1배 미만이면 저평가", "ROE 15% 이상이면 좋은 회사" 같은 문장은 어느 업종·어느 시기를 전제한 건지 모르면 쓸 수 없어요.
예시로 이해하기 — PBR이 8배 넘게 차이 나는 두 회사
가상의 두 회사를 놓고 계산해볼게요. 전부 가정한 숫자예요.
| C중공업 | D소프트 | |
|---|---|---|
| 자본총계(순자산) | 2,000억원 | 400억원 |
| 당기순이익 | 100억원 | 100억원 |
| 시가총액 | 1,200억원 | 2,000억원 |
| 발행주식수 | 2,000만주 | 1,000만주 |
두 회사는 순이익이 100억원으로 똑같아요. 그런데 나머지가 전부 달라요.
C중공업이에요.
- BPS = 2,000억원 ÷ 2,000만주 = 10,000원
- 주가 = 1,200억원 ÷ 2,000만주 = 6,000원
- PBR = 6,000원 ÷ 10,000원 = 0.6배
- EPS = 100억원 ÷ 2,000만주 = 500원
- PER = 6,000원 ÷ 500원 = 12배
- ROE = 100억원 ÷ 2,000억원 = 5%
D소프트예요.
- BPS = 400억원 ÷ 1,000만주 = 4,000원
- 주가 = 2,000억원 ÷ 1,000만주 = 20,000원
- PBR = 20,000원 ÷ 4,000원 = 5배
- EPS = 100억원 ÷ 1,000만주 = 1,000원
- PER = 20,000원 ÷ 1,000원 = 20배
- ROE = 100억원 ÷ 400억원 = 25%
앞에서 본 식이 실제로 맞는지 확인해볼게요.
- C중공업 — PER 12배 × ROE 0.05 = 0.6배. PBR과 같아요
- D소프트 — PER 20배 × ROE 0.25 = 5배. 역시 PBR과 같아요
이제 두 회사를 읽어볼게요.
C중공업은 PBR이 0.6배예요. 장부상 재산의 60% 값에 거래되고 있는 거죠. 숫자만 보면 "재산보다 싸게 팔린다"로 읽고 싶어져요.
그런데 ROE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2,000억원이라는 두툼한 재산을 갖고 1년에 100억원, 즉 5%를 벌어요. D소프트는 400억원으로 똑같이 100억원을 벌어 25%를 내고요. 같은 이익을 내는 데 C중공업은 다섯 배의 재산을 써요.
그렇다면 C중공업의 낮은 PBR은 "싸다"가 아니라 "그 재산이 이익을 별로 못 만들어낸다"의 다른 표현이에요. 시장이 재산 전체 값을 다 인정해주지 않는 거죠. 위의 표에서 PBR 낮음 + ROE 낮음, 즉 일관된 조합에 해당해요.
그럼 D소프트를 사면 되나요? 아니에요. D소프트의 PBR 5배와 PER 20배에는 이미 "이 회사가 앞으로도 잘 벌 것"이라는 기대가 들어가 있어요(1-1). 그 기대가 어긋나면 가장 크게 내려오는 것도 이런 회사예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둘은 업종이 달라요. 중공업과 소프트웨어의 PBR·ROE를 나란히 놓고 우열을 가리는 건 위에서 본 이유로 성립하지 않아요. 이 예시가 보여주는 건 어느 회사가 좋은지가 아니라, 같은 이익을 내는 두 회사도 재산 구조가 다르면 지표가 전혀 다르게 나온다는 사실이에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연 질문으로 돌아가볼게요. 두 회사는 둘 다 흑자라 PER이 계산됐지만, 만약 어느 한쪽이 적자였다면 PER은 아예 계산되지 않고 PBR과 자본총계만 남았을 거예요. 그때도 "재산은 얼마나 있고, 시장은 그 재산에 얼마를 매기고 있나"는 여전히 물을 수 있어요. 5-2가 멈추는 자리에서 PBR이 이어받는다는 게 이런 뜻이에요.
한 줄 정리
PBR은 주가 ÷ 주당순자산으로 재산 대비 가격을, ROE는 당기순이익 ÷ 자기자본으로 그 재산의 수익성을 봐요. 둘은 PBR = PER × ROE로 연결돼 있어서, PBR이 낮다는 건 "싸다"가 아니라 "이익에 비해 값이 낮거나, 재산으로 잘 못 벌거나" 둘 중 하나라는 뜻이에요. ROE는 빚을 늘려도 올라가니 5-5와 반드시 함께 보세요.
5-2와 마찬가지로 이 두 지표도 적정 주가를 알려주지 않아요. 1-1에서 확정한 대로 주가는 회사 가치를 주식 수로 나눈 값이 아니고, PBR·ROE는 이미 정해진 그 가격을 회사의 재산과 수익으로 나눠본 비율일 뿐이에요.
이 글은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되는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뿐, 특정 종목이나 상품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아요. 제도와 세금은 바뀔 수 있으니 실제 투자 전에는 최신 내용을 다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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