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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투자와 포트폴리오 — 계란을 나눠 담는 법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투자 격언 중에 가장 유명한 말일 거예요. 바구니를 떨어뜨리면 계란이 전부 깨지니 나눠 담으라는 뜻이죠.

그런데 이 말은 절반만 알려줘요. 나눠 담으면 무엇이 좋아지는지는 말해주는데, 무엇을 포기하게 되는지는 말해주지 않거든요. 그리고 어떤 위험은 아무리 나눠 담아도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도요.

이 글에서 그 나머지 절반까지 다룰게요.

핵심 답변

분산투자는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 아니에요. 결과의 흔들림을 줄이는 방법이에요.

한 종목에 전부 넣으면 결과는 둘 중 하나예요. 크게 벌거나 크게 잃거나. 여러 곳에 나눠 넣으면 어느 한쪽이 크게 무너져도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아요.

대신 대가가 있어요. 가장 좋은 결과도 함께 포기해요. 크게 오른 그 하나에 전부 넣지 않았으니까요.

분산은 최악을 덜 나쁘게 만드는 대신 최선도 덜 좋게 만드는 거래예요.

그리고 이렇게 여러 자산을 나눠 담은 내 투자 전체의 구성을 포트폴리오라고 불러요. 원래는 서류가방이라는 뜻인데, 투자에서는 내가 가진 것들의 묶음을 가리켜요. "포트폴리오를 짠다"는 건 무엇을 얼마씩 담을지 정한다는 뜻이에요.

무엇을 나누는가

분산에는 여러 축이 있어요. 흔히 "종목을 여러 개 사면 분산"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다섯 축 중 하나일 뿐이에요.

나누는 축무엇을 나누나무엇을 겨냥하나
종목여러 회사에 나눠 담기한 회사에 생긴 사고
업종서로 다른 산업에 나눠 담기한 산업 전체의 불황
지역국내·해외로 나눠 담기한 나라의 경기 침체
자산군주식·채권·현금 등으로 나눠 담기주식시장 전체가 내릴 때의 충격을 일부 줄이기 (막아주지는 못해요)
시점한 번에 넣지 않고 나눠서 넣기한 시점에 몰아 넣는 부담

앞의 네 축은 아래로 갈수록 더 큰 위험을 겨냥해요. 그리고 위쪽 축만 나눠서는 아래쪽 위험을 막지 못해요. 종목을 스무 개로 나눠도 전부 주식이면 주식시장 전체가 내릴 때는 소용이 없거든요. 마지막 시점 축은 크기 순서가 아니라 성격이 다른 축이라 따로 봐야 해요.

표에서 자산군 칸만 단서가 붙어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세요. 다른 축은 겨냥한 위험을 실제로 막아주는데, 자산군만 "일부 줄이기"이고 "막아주지는 못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어요. 주식시장 전체가 내리는 위험은 어떻게 나눠 담아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아래 「분산이 막아주지 못하는 것」에서 제대로 볼게요.

자산군을 나누는 것을 따로 자산배분이라고 불러요. 주식·채권·현금처럼 성격이 다른 자산에 얼마씩 담을지 정하는 일이에요. 흔히 종목 고르기보다 이 결정이 결과에 더 크게 작용한다고 이야기해요. 성격이 다른 자산은 서로 다른 시기에 오르내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시점 분산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짚고 갈 게 있어요. 매달 일정 금액을 나눠 넣는 방식을 적립식이라고 하는데, 값이 쌀 때 더 많은 수량을, 비쌀 때 더 적은 수량을 사게 되어 평균 매입 단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요. 다만 이건 마법이 아니에요.

  • 값이 계속 내려가기만 하는 구간에서는 적립식으로 사도 손실이 나요. 평균 단가가 낮아질 뿐 손실 자체를 막지는 못해요
  • 값이 거의 안 움직이는 구간에서는 낮출 평균 단가 자체가 없어요
  • 그리고 적립식은 사는 방법이지 언제 팔지는 알려주지 않아요

시점 분산의 진짜 장점은 수익률이 아니라 "한 번에 다 넣고 바로 물리는" 상황을 피하는 데 있어요.

같이 움직이면 나눈 게 아니다

이 절이 이 글에서 가장 실용적인 부분이에요.

종목을 스무 개 샀다고 해볼게요. 그런데 스무 개가 전부 같은 업종이라면? 바구니를 스무 개로 나눴는데 그 바구니를 전부 같은 선반에 올려둔 것과 같아요. 선반이 무너지면 스무 개가 한꺼번에 깨져요.

이걸 설명하는 개념이 상관관계예요. 두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얼마나 강한가를 뜻해요.

  • 같은 방향으로 잘 움직인다면 — 나눠 담아도 분산 효과가 거의 없어요
  • 서로 다르게 움직인다면 — 하나가 빠질 때 다른 하나가 버텨줘서 전체 흔들림이 줄어요
  • 정반대로 움직인다면 — 흔들림이 가장 크게 줄어들지만, 대신 오를 때도 서로 상쇄돼요

그래서 분산의 핵심은 개수가 아니라 성격이에요.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것들을 담아야 나눈 의미가 생겨요.

그리고 여기에 함정이 하나 더 있어요. 지수를 사도 쏠려 있을 수 있어요.

3-5. S&P500·나스닥·다우에서 봤듯 대부분의 지수는 시가총액 가중, 즉 덩치가 큰 종목일수록 지수를 크게 흔드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종목 수가 500개라고 500등분되어 있는 게 아니에요. 몇몇 초대형 기업이나 한두 업종이 지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일이 실제로 생겨요.

"지수를 샀으니 완전히 분산됐다"고 생각하면 그 쏠림을 보지 못해요. 어떤 지수를 담았다면 그 지수의 상위 종목과 업종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는 한 번쯤 확인할 값어치가 있어요.

분산이 막아주지 못하는 것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절이에요. 그리고 분산투자를 소개하는 글에서 가장 자주 빠지는 절이기도 해요.

4-2. 인덱스 투자가 이미 못 박아 뒀어요. "분산했으니 안전하다"는 말은 개별 종목이 망할 위험에 대한 것이지, 시장 전체가 내리는 위험을 막아주지는 않아요. 시장이 30% 내리면 아무리 잘 나눠 담았어도 내 계좌는 그만큼 내려요.

이 구분에는 이름이 붙어 있어요.

비체계적 위험체계적 위험
다른 이름개별 위험, 분산 가능 위험시장 위험, 분산 불가능 위험
어디서 오나그 회사·그 산업에서만 생기는 일시장 전체·경제 전체를 흔드는 일
예를 들면공장 사고, 경영진 문제, 제품 결함, 소송금리 인상, 경기 침체, 물가 급등, 전쟁, 감염병 유행
분산으로 줄어드나줄어들어요줄어들지 않아요

분산투자가 줄여주는 건 왼쪽 열뿐이에요.

오른쪽 열은 시장에 참여한 모두에게 똑같이 닥치는 일이라 나눠 담는 것으로 피할 수 없어요. 6-1. 금리와 주가의 관계에서 본 것처럼 금리가 오르면 시장 전체를 누르는 힘이 생기고, 6-2. 인플레이션과 투자의 물가도 마찬가지예요. 파트 6 앞의 두 챕터가 다룬 게 전부 오른쪽 열이에요.

그래서 "분산했으니 안전하다"는 문장은 반쪽이에요. 정확히는 **"분산했으니 한 회사 때문에 전부 잃는 일은 피했다"**예요. 이 차이를 알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시작하는 것은 시장이 크게 빠질 때 완전히 다른 경험이 돼요.

자산군을 나누는 것이 그나마 여기에 닿는 유일한 축이에요. 주식과 성격이 다른 자산을 함께 담으면 주식시장 전체가 내릴 때의 충격을 조금 줄일 수 있어요. 다만 "조금"이에요.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시기에는 평소 다르게 움직이던 자산들이 함께 내리는 일도 생겨요.

나눌수록 좋은 건 아니에요

분산이 좋다고 해서 무한정 나누는 게 답은 아니에요. 나눌수록 생기는 문제가 세 가지 있어요.

첫째, 관리가 안 돼요. 5-6. 가치평가의 한계에서 개별 회사 하나를 제대로 보려면 감사의견, 이익의 질, 버틸 체력, 가격을 차례로 봐야 하고 분기마다 다시 봐야 한다고 했죠. 종목이 서른 개면 그걸 서른 번 해야 해요. 실제로는 대부분 안 하게 되고, 그러면 이름만 아는 종목이 계좌에 쌓여요.

둘째, 매매 비용이 늘어요. 사고팔 때마다 1-5. 수수료와 세금에서 본 수수료와 증권거래세가 붙어요. 잘게 나눌수록 거래 횟수가 늘고 비용도 늘어요.

셋째, 결국 시장 평균에 수렴해요. 충분히 많이 나누면 내 포트폴리오는 시장 전체와 거의 같아져요. 그렇다면 4-2. 인덱스 투자에서 본 지수 상품을 사는 편이 훨씬 싸고 간단해요. 직접 서른 종목을 관리하며 결국 지수와 비슷한 결과를 얻는다면, 그 수고와 비용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하는 질문이 남아요.

그럼 몇 개가 적당하냐고 물으실 텐데, 이 글은 숫자를 드리지 않아요.

분산 효과는 종목을 늘릴수록 계속 커지는 게 아니라 초반에 크게 커지고 갈수록 추가 효과가 줄어드는 모양이에요. 여기까지는 대체로 일치하는데, "몇 개면 충분하다"에 대해서는 자료마다 답이 다 달라요. 담은 종목들이 서로 얼마나 다르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답이 바뀌기 때문이에요. 앞에서 봤듯 같은 업종 스무 개보다 성격이 다른 다섯 개가 더 잘 나뉜 경우도 있어요.

이 위키가 5-2. PER에서 "몇 배면 싸다"를 드리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예요. 조건이 다 다른데 숫자 하나를 못 박으면 그건 기준이 아니라 착시가 돼요.

예시로 이해하기 — 나누면 무엇이 얼마나 달라지나

1,000만원으로 두 가상 회사에 투자하는 경우를 비교해볼게요. 전부 가정한 숫자예요.

N화학P식품
시나리오 1이 오면+40%−10%
시나리오 2가 오면−30%+15%

두 회사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요. 시나리오 1은 원자재 값이 오르는 상황, 시나리오 2는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어느 시나리오가 올지는 미리 알 수 없어요.

① N화학에 1,000만원 전부

  • 시나리오 1 → 1,000만원 × 1.40 = 1,400만원
  • 시나리오 2 → 1,000만원 × 0.70 = 700만원

② 500만원씩 절반으로 나눔

  • 시나리오 1 → (500 × 1.40) + (500 × 0.90) = 700 + 450 = 1,150만원
  • 시나리오 2 → (500 × 0.70) + (500 × 1.15) = 350 + 575 = 925만원

나란히 놓아볼게요.

시나리오 1시나리오 2두 결과의 폭두 결과의 평균
전부 N화학1,400만원700만원700만원1,050만원
절반씩 나눔1,150만원925만원225만원1,037만 5천원

이 표의 마지막 두 열이 분산의 전부예요. 평균은 두 시나리오가 반반의 확률로 온다고 놓고 계산한 값이에요.

결과의 폭은 700만원에서 225만원으로, 3분의 1 아래로 줄었어요. 어느 시나리오가 오든 내 계좌가 튀는 범위가 훨씬 좁아진 거예요.

그런데 평균은 1,050만원에서 1,037만 5천원으로 12만 5천원 낮아졌어요. 폭을 3분의 2 넘게 줄이는 대가로 평균의 1%가 조금 넘는 값을 낸 셈이에요.

여기서 평균이 낮아진 이유를 정확히 짚고 갈게요. 분산 자체가 평균을 깎는 게 아니에요. 이 예시에서는 두 회사의 평균 수익률이 애초에 달랐기 때문이에요. N화학은 두 시나리오 평균이 +5%(40%와 −30%의 평균)이고 P식품은 +2.5%(−10%와 15%의 평균)라서, 평균이 낮은 쪽을 섞으면 전체 평균도 내려가요.

그래서 분산의 정확한 표현은 이거예요.

분산은 기대 수익을 높여주지 않아요. 기대 수익이 비슷한 것들끼리 나눴다면, 같은 기대 수익을 더 적은 흔들림으로 받게 해주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위 표에는 두 회사가 동시에 내리는 시나리오가 없어요. 실제로는 시장 전체가 내려서 N화학도 P식품도 함께 빠지는 일이 생기고, 그건 위에서 본 체계적 위험이라 어떻게 나눠 담아도 피할 수 없어요.

한 줄 정리

분산투자는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 아니라 결과의 흔들림을 줄이는 방법이에요. 최악을 덜 나쁘게 만드는 대신 최선도 함께 포기하는 거래죠. 그리고 개수가 아니라 성격이 중요해요 — 같이 움직이는 것을 스무 개 담는 건 나눈 게 아니에요.

무엇보다 분산이 막아주는 건 개별 회사가 무너지는 위험이지 시장 전체가 내리는 위험이 아니에요(4-2). 이 구분을 모르고 "분산했으니 안전하다"고 믿으면, 시장이 크게 빠지는 날 준비 없이 그 사실을 알게 돼요.

흔들림을 줄이는 게 왜 그렇게 값진 일인지는 다음 두 챕터에서 이어져요. 흔들림은 6-4. 투자 심리에서 사람을 흔들고, 6-5. 복리의 힘에서는 크게 빠진 해가 전체 결과를 오래 갉아먹는다는 형태로 숫자에 남아요.


이 글은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되는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뿐, 특정 종목이나 상품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아요. 제도와 세금은 바뀔 수 있으니 실제 투자 전에는 최신 내용을 다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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