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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리의 힘 — 장기투자가 유리한 수학적 이유

4-2. 인덱스 투자에서 보수 0.1%짜리 상품과 1.0%짜리 상품이 20년 뒤 약 591만원을 가른다는 계산을 보면서 이렇게 넘겨뒀어요. **"복리 자체가 왜 그렇게 강한지는 6-5에서 따로 다뤄요"**라고요.

그 약속을 받으러 왔어요. 그런데 이 글은 복리를 찬양하는 글이 아니에요. 복리는 방향을 가리지 않고 작동하는 계산 구조라서, 불어나는 쪽만 보고 깎이는 쪽을 안 보면 오히려 위험한 이해가 돼요. 양쪽을 다 볼게요.

핵심 답변

복리는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것이에요.

비교 대상이 되는 게 단리예요. 둘의 차이는 한 문장으로 정리돼요.

  • 단리 — 이자가 처음 원금에만 붙어요. 매년 똑같은 금액이 늘어나요
  • 복리 — 이자가 원금과 그동안 붙은 이자를 합친 금액에 붙어요. 매년 늘어나는 금액 자체가 커져요

100만원을 연 10%로 굴린다고 해볼게요.

  • 단리라면 매년 10만원씩 늘어요. 1년 뒤 110만원, 2년 뒤 120만원
  • 복리라면 1년 뒤 110만원, 2년 뒤에는 110만원의 10%인 11만원이 붙어 121만원이 돼요

2년 차에 붙은 1만원, 이게 "이자에 붙은 이자"예요. 첫해 이자 10만원에 10%가 붙은 거죠. 우습게 작아 보이지만 이 조각이 해마다 쌓이면서 결과를 바꿔요.

그래서 복리는 결과가 기간에 비례하지 않고 곱셈으로 커져요. 기간이 두 배가 되면 결과도 두 배가 아니라 훨씬 커져요.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못 박고 갈게요. 이 글의 모든 계산에 나오는 "연 몇 %"는 전부 가정이에요. 주식에는 그런 고정 수익률이 없어요. 왜 그런데도 이렇게 계산하는지는 아래 「복리는 저절로 되지 않아요」에서 다룰게요.

단리와 복리는 얼마나 벌어지나

1,000만원을 **연 6%**로 굴린다고 가정하고 단리와 복리를 나란히 놓아볼게요.

기간단리복리차이
5년1,300만원약 1,338만원약 38만원
10년1,600만원약 1,791만원약 191만원
20년2,200만원약 3,207만원약 1,007만원
30년2,800만원약 5,743만원약 2,943만원

5년 차에는 차이가 38만원뿐이에요. 원금의 4%도 안 되니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30년 차에는 차이가 2,943만원이에요. 처음 넣은 원금의 세 배 가까운 금액이 계산 방식 하나로 갈렸어요.

이 표에서 진짜로 봐야 할 건 마지막 열의 증가 속도예요.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두 배가 될 때 차이는 약 다섯 배가 됐고, 10년에서 20년으로 두 배가 될 때 또 약 다섯 배가 됐어요. 기간은 두 배씩 늘어나는데 차이는 다섯 배씩 벌어지는 거예요.

72의 법칙

복리 계산을 암산으로 가늠하는 방법이 하나 있어요. 72의 법칙이에요.

원금이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햇수 ≈ 72 ÷ 연 수익률(%)

연 6%라면 72 ÷ 6 = 약 12년, 연 9%라면 72 ÷ 9 = 약 8년이에요.

이건 어림셈이지 정확한 공식이 아니에요. 실제 값과 비교해볼게요.

연 수익률72의 법칙실제 계산차이
3%24년약 23.45년약 −0.55년
6%12년약 11.90년약 −0.10년
9%8년약 8.04년약 +0.04년
12%6년약 6.12년약 +0.12년

연 6~9% 근처에서 가장 잘 맞고, 수익률이 아주 낮거나 아주 높으면 오차가 커져요.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오차가 1년이 안 되니 감을 잡는 데는 충분해요.

72의 법칙이 정말 쓸모 있는 건 다른 데 있어요. 수익률 차이가 시간으로 얼마나 환산되는지 보여주거든요. 연 3%면 두 배까지 24년인데 연 6%면 12년이에요. 수익률이 두 배가 되면 걸리는 시간은 절반이 돼요. 그리고 이 관계는 뒤에 나올 비용 이야기에서 그대로 뒤집혀 적용돼요.

시간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복리에서는 기간이 수익률보다 다루기 쉬운 변수예요.

4-2에서 확인한 것과 같은 얘기예요. 수익률은 내가 정할 수 없어요. 시장이 오를지 내릴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기간은 어느 정도 내가 정할 수 있어요. 언제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오래 두느냐는 시장이 정해주는 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위 표에서 봤듯 복리에서 기간은 곱셈으로 작동해요. 아래 「예시로 이해하기」에서 보겠지만, 매달 같은 금액을 넣을 때 기간을 두 배로 늘리면 결과는 두 배가 아니라 약 2.8배가 돼요.

"장기투자가 유리하다"는 말이 나오는 수학적 근거가 정확히 이거예요. 다만 이 문장에는 조건이 붙어 있어요. 불어난다는 가정 아래에서만 그래요. 다음 절이 그 조건을 다뤄요.

반대로도 작동해요

이 절이 빠지면 이 글은 위험한 글이 돼요. 복리는 좋은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장치가 아니거든요.

손실도 복리로 작동해요

반토막이 난 뒤 본전이 되려면 두 배가 올라야 해요.

1,000만원이 50% 빠지면 500만원이 돼요. 여기서 본전인 1,000만원이 되려면 500만원이 두 배가 되어야 하니 +100%가 필요해요. −50%와 +50%는 대칭이 아니에요.

이만큼 빠지면본전이 되려면
−10%+11.1%
−20%+25.0%
−30%+42.9%
−50%+100%
−70%+233.3%
−90%+900%

아래로 갈수록 필요한 회복률이 폭발적으로 커져요. 빠지는 폭이 두 배가 될 때 필요한 회복은 두 배가 아니라 훨씬 커지거든요.

여기서 두 가지 연결이 생겨요.

첫째, 6-4. 투자 심리에서 본 심리가 왜 그렇게 강한지의 계산적 근거예요. 손실을 확정하기 싫은 마음은 단순한 미련이 아니라, 깊은 손실일수록 되돌리기가 실제로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둘째, 6-3. 분산투자와 포트폴리오가 왜 의미 있는지의 근거이기도 해요. 6-3은 분산이 수익률을 높이는 게 아니라 결과의 흔들림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죠. 위 표를 보면 그 흔들림을 줄이는 일이 왜 값진지 보여요. 크게 빠진 해 하나가 전체 결과를 오래 갉아먹기 때문이에요.

비용도 복리로 깎여요

4-2가 계산해 둔 예시를 그대로 가져올게요.

1,000만원을 20년 두는데 담은 자산의 수익률이 연 7%라고 가정하고, 보수만 다른 두 상품을 비교한 거예요.

보수실제로 남는 수익률20년 뒤
A 상품0.1%연 6.9%3,798만원
B 상품1.0%연 6.0%3,207만원

차이가 약 590만 9천원이에요. 매년 0.9%포인트라는 작아 보이는 차이가 20년 복리로 쌓인 결과예요.

앞의 72의 법칙을 여기 대보면 감이 더 잘 와요. 연 6.9%면 두 배까지 약 10.4년, 연 6.0%면 약 12년이에요. 보수 0.9%포인트가 "두 배가 되는 시점"을 1년 반쯤 뒤로 미룬 셈이에요.

그리고 이게 4-2의 결론이 나온 이유예요. 수익률은 통제할 수 없지만 비용은 확정돼 있어요. 복리는 그 확정된 차이를 시간에 곱해줘요.

복리는 저절로 되지 않아요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오해가 많은 부분이에요. 복리 계산은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성립하는데, 주식 투자에서 그 두 조건은 저절로 만족되지 않아요.

배당은 자동으로 재투자되지 않아요

"배당주는 복리로 불어난다"는 말을 흔히 듣는데, 이건 그대로는 맞지 않아요.

1-1. 주식이란 무엇인가에서 배당은 회사가 그동안 쌓아온 이익 가운데 일부를 주주에게 나눠주는 현금이라고 했죠. 현금으로 내 계좌에 들어와요. 그 돈이 알아서 다시 주식이 되지는 않아요.

받은 배당을 다시 그 주식에 넣어야 비로소 복리가 시작돼요. 배당을 받아 쓰면 그건 복리가 아니라 단리에 가까워요. 원금은 그대로고 매년 비슷한 배당을 받는 구조니까요.

4-1. ETF란 무엇인가의 분배금도 똑같아요. 분배금은 ETF 안 종목들의 배당이 모여 나오는 돈인데, 이것도 현금으로 나와요. 그리고 이 구분이 4-3. ETF 고르는 법에서 본 분배형과 TR형이에요.

  • 분배형 — 분배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해요. 재투자할지는 내가 정해요
  • TR형 —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고 상품 안에서 다시 굴려요

어느 쪽이 낫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4-3이 짚었듯 분배 방식은 좋고 나쁨이 아니라 내 목적에 맞느냐의 문제예요. 다만 "자동으로 복리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TR형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라는 걸 알고 골라야 해요.

그리고 2-3. 배당이란의 경고도 그대로 살아 있어요. 배당금이 그대로인데 주가만 떨어지면 배당수익률은 오히려 올라가요. 배당이 많아 보인다고 복리 효과가 큰 게 아니에요.

주식에는 "연 몇 %"라는 고정 수익률이 없어요

복리 계산은 매년 같은 수익률을 가정해야 성립해요. 그런데 주식은 그렇지 않아요. 어떤 해는 크게 오르고, 어떤 해는 제자리이고, 어떤 해는 마이너스예요.

그래서 이 글의 모든 표에 나오는 "연 6%"는 실제로 매년 6%씩 오른다는 뜻이 아니에요. 여러 해의 결과를 평균 내면 그 정도라고 가정한 것뿐이에요. 앞에서 본 손실의 비대칭 때문에, 같은 평균이어도 오르내림이 심할수록 실제 결과는 나빠져요.

정리하면 이래요.

복리는 "기다리면 저절로 불어나는 마법"이 아니라, 재투자와 시간이 갖춰졌을 때 나타나는 계산 구조예요. 그리고 같은 구조가 손실과 비용에도 똑같이 작동해요.

예시로 이해하기 — 매달 30만원, 10년과 20년

매달 30만원연 6% 가정으로 적립할 때 10년과 20년이 어떻게 다른지 계산해볼게요. 이렇게 매달 일정 금액을 나눠 넣는 방식을 적립식이라고 해요.

계산은 연 6%를 열두 달로 나눈 월 0.5%씩 매달 복리로 붙는다고 가정했고, 매달 말에 넣는 것으로 잡았어요. 전부 가정한 숫자예요.

10년 (120개월)20년 (240개월)
넣은 원금3,600만원7,200만원
불어난 결과4,916만원1억 3,861만원
원금 대비 배수약 1.37배1.93배

이 표의 핵심은 마지막 줄이 아니라 가운데 줄이에요.

  • 넣은 원금은 정확히 두 배예요 (3,600만원 → 7,200만원)
  • 그런데 결과는 약 2.82배예요 (약 4,916만원 → 약 1억 3,861만원)

같은 금액을 두 배의 기간 동안 넣었을 뿐인데 결과는 두 배가 아니라 세 배 가까이 나왔어요.

왜 그런지는 첫 달에 넣은 30만원을 따라가 보면 보여요. 10년짜리에서 그 돈은 120개월 동안 굴러요. 20년짜리에서는 240개월 동안 굴러요. 20년 계획에서 초반에 넣은 돈은 10년 계획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시간을 얻는 거예요.

뒤집어 보면 이런 뜻이기도 해요. 마지막에 넣은 30만원은 거의 불어나지 않아요. 20년 차 마지막 달에 넣은 30만원은 한 달만 굴렀으니까요. 결과를 만드는 건 나중에 넣은 돈이 아니라 일찍 넣어 오래 굴린 돈이에요.

여기서도 조건을 다시 확인할게요. 위 계산은 20년 내내 연 6%가 유지된다는 가정 위에 서 있어요. 실제로는 마이너스인 해가 섞이고, 그러면 결과는 이 표와 달라져요. 이 표가 보여주는 건 "얼마를 벌 수 있다"가 아니라 "기간이 결과에 어떻게 작동하는가"예요.

한 줄 정리

복리는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구조라서 결과가 기간에 비례하지 않고 곱셈으로 커져요. 그래서 기간을 두 배로 늘리면 결과는 두 배보다 훨씬 커지고, 72의 법칙으로 두 배가 되는 시점을 어림잡을 수 있어요.

하지만 복리는 방향을 가리지 않아요. 손실도 복리로 작동해서 반토막이 나면 본전까지 두 배가 필요하고, 비용도 복리로 깎여서 연 0.9%포인트 차이가 20년에 약 591만원을 가져가요(4-2).

그리고 복리는 저절로 되지 않아요. 배당과 분배금은 현금으로 나오지 자동으로 재투자되지 않고, 주식에는 "연 몇 %"라는 고정 수익률이 애초에 없어요. 이 글의 모든 숫자가 가정인 이유예요.

이제 파트 6의 남은 두 챕터는 바깥에서 오는 것을 다뤄요. 금리와 물가가 뉴스로 나올 때 그걸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6-6. 경제 뉴스 읽는 법에서, 그리고 이 글의 복리 계산이 왜 "월 5% 보장" 같은 약속을 산술적으로 무너뜨리는지6-7. 흔한 투자 사기 유형과 피하는 법에서 볼게요.


이 글은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되는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뿐, 특정 종목이나 상품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아요. 제도와 세금은 바뀔 수 있으니 실제 투자 전에는 최신 내용을 다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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